husk
Duo exhibition at IAH, Seoul, South Korea
Chang Hyun Lee, Rui Suzuki
June 20–July 13, 2025

< husk >는 재현되지 않는 신체, 감각에서 소거되거나 비껴간 존재 조건을 따라가는 두 작가의 탐색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형상이 닫히기 전의 시간, 감각과 구조가 엇갈리며 충돌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단위화된 신체의 잔류, 언어 이전의 표면, 혹은 고정되지 못한 감각과 인식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은 조형을 이루는 가장 낮은 층위를 구성한다. 여기서 형상은 완결되지 않고 유예되며, 각 작업은 의식의 경계에서 미끄러지거나 멈춘다. 이들은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거나 잊히는가, 혹은 어떻게 다시 호출되고 구성되는가를 따라간다.

이창현(b.1997, 한국)의 조형은 구조화된 역사 속에서 분절되어 잊힌 신체의 실제를, 익숙한 인식의 틀을 다시 짚는 데서 출발한다. 완성된 신체를 재현하는 대신, 그는 손, 등, 가슴처럼 테일러링 구조 안에서 분할된 단위들을 호출한다. 이 단위들은 정면적 형상으로 제시되지 않고, 무언가의 잔류처럼 배치된다. 종이, 감광된 천, 이면지, 패턴지 같은 재료들 역시 기능을 다한 물질이자, 시간과 노동의 흔적이다. 작가는 이들을 조립하고 덮고 다시 만지며, 하나의 형상을 향하지 않는 조형을 구성한다. 그가 참조하는 것은 완성된 형이 아니라, 형상이 어떤 감각과 구조를 통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층위다.

17세기 다색 목조 조각의 encarnación 기법, 흑색 청동을 백색 대리석으로 모사한 로마 조각의 정전화, 양복 패턴의 후면 선과 재단의 언어는 모두 특정 시대가 신체를 조직한 방식이자, 작가가 집요하게 추적하며 되묻는 조형적 인식의 틀이다. 이창현에게 손은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억압되고 숨겨진 감각의 주체였던 노동의 흔적을 더듬는 물질적 기관이다. 그의 손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남겨진 것들을 다시 짓기 위해 움직인다. 작업은 재현의 언어를 비껴가며, 최종 구성 이면의 접면을 드러낸다.

양복의 뒤판을 덧댄 토르소는 이상적인 인체를 본뜨는 대신, 절개 선과 재단의 구조를 노출하며 기념비적인 형상을 연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로부터 누락된 밀도를 드러낸다. 벽에 부착된 치마의 주름은 착용된 몸의 윤곽이 아니라, 가사노동의 접힘과 다림질, 보관의 압력이 남긴 패턴이다. 제도성이 남은 패턴 조각은 의류를 구성하지 않으며, 형상의 가능성을 미뤄둔 채로 보존된다. 이는 형상이 아니라 형상 너머의 구조를 지시하는 방식이며,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신체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설계되어 왔는가이다.

루이 스즈키(b.1994, 일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수채와 종이, 드로잉과 오려내기의 반복을 통해 그는 형상이 생기려는 지점에서의 반응에 주목한다. 그의 회화는 대상의 윤곽이나 장면의 의미를 드러내기보다, 색의 경계와 인식의 압력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밀고 나간다. 선과 면, 여백과 점은 서로를 간섭하며, 형태는 고정되지 않은 채 구조를 형성한다. 작가는 감각을 이미지로 번역하기보다, 그것이 스스로 발화하도록 기다리는 태도를 택한다.

그에게 조형은 재현의 기술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인지가 체계로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다. 수채라는 매체는 물과 종이, 중력과 압력의 관계 안에서 유동적인 시간성을 품고 있으며, 이는 루이 스즈키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방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감각을 주제나 메시지로 환원하기 보단 흐름과 접촉, 중첩의 리듬을 통해 그것의 층위를 구축한다. 이때 의미는 유보로 머무른다. 그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방향 없이 흔들리고, 언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층적 가능성을 떠돈다.

그의 작업은 종종 ‘부수기’에서 시작된다. 이는 지지체의 존재 목적을 감각의 지면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준비된 캔버스는 작가의 손에 의해 닦이고, 문질러지고, 갈린 뒤, 수채가 가능한 바탕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그렇게 변형된 표면은 형상이 얹히는 평면에서 감각의 흐름을 수용하며 머무르고 변이하는 장으로 전환된다.

제목 역시 회화와 병치되는 하나의 가시적인 축으로 작동한다. 일상에서 채집된 문장 조각들로 구성된 제목들은 이미지와 직접 섞이지 않고 언어의 여백으로 기능한다. 세부의 간섭과 조율은 이미지, 지지체, 언어의 각 층위를 매개하며, 그 결과 화면 위에 남는 시간은 마치 생태가 작동하듯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드러난다.

두 작가는 고정되지 않은 감각의 구조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더듬는다. 형과 인식의 선후, 혹은 바뀐 구조가 남기고 간 흔적. <husk>는 그 접촉의 층을 따라가며, 시간의 잔류로 남는 신체의 조건들을 다시 묻는다.

<husk> begins at the point where the non-representational body emerges across sensation and structure. Chang Hyun Lee traces fragmented corporeal units and tailoring frameworks to reveal the invisible residues of labor and presence, while Rui Suzuki delays sensation through repeated contact in watercolor and drawing-prolonging what precedes language. Both artists construct an environment where the body speaks from a time before sensation is subsumed by structure, or when structure has yet to erase sensation. Form resists fixed shape or meaning, unfolding instead through rhythms of interval and deferral, vibration and fracture-mapping the drifting, forgotten states of the body.

Photography by Gyu Young Shin
©2025 artists and IAH